2006년 06월 01일
radio pyongyang : commie funk and agit pop from the hermit kingdom

radio pyongyang - commie funk
일본에서 간행된 책을 그대로 번역한 '도쿄 음악문화여행 450곳'에는 놀랍게도 북한음악전문점에 대한 소개가 있습니다. 일본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조총련계가 제법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북한 음반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레코드점이 있다는건 일본 음반 시장이 얼마나 다양성이 존중되고 있는 곳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부러워하게 해줍니다. 흑. 여기서 잠시 북한음반점문점 소개 페이지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을 옮겨보겠습니다. '비평이 없는 곳에 문화는 없다고 하지만, 북한 예술은 실체가 어떠하든 다른 사람이 보면 훌륭한 문화이다. 일사불란한 매스게임, 어린 소년 소녀의 훌륭한 합창, 그리고 기쁨조의 특이한 무용. 모두 원래 존재했던 조선의 예술을 정치체제에 맞춰 개량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중략) 지금 일본과 큰 차이가 없는 한국의 가요가 싫증났다면, 이런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the sun city girls의 alan bishop이 설립한 sublime frequencies 레이블은 설립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극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제 3세계 음악들을 컴파일해 발매하고 있습니다. 그 중 'radio pyongyang: commie funk and agit pop from the hermit kingdom'은 sublime frequencies에서 작년에 발매한 radio 시리즈 중 하나로, 홍콩에서 북한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christiaan birant가 직접 컴파일 했습니다. (이 사실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혹 정정할 내용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그전에 발매된 음반으로는 radio java, radio sumatra, radio palestine, radio morocco 등이 있구요. 당신이 몇번이나 지구본을 돌려도 찾기 힘든 나라에서도 훌륭한 음악은 존재하고 있고, sublime frequencies 레이블의 radio 시리즈는 폐광속에 숨겨진 보물같은 이 음악들을 발굴해내어 그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radio pyongyang'은 그 의미 그대로 정말 잘 만들어진 음반입니다.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을 결사 홍위하리라'라는 멘트로 시작하는 motherland megamix부터 한치의 틈도 찾아볼 수 없는 잘 짜여진 연주와 합창, 온힘을 다해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멘트 그리고 이 모든것들을 여백없이 잘 조합해낸 christiaan birant의 컴파일까지. 무엇보다 '도쿄 음악문화여행 450곳'에 실린 글처럼 '지금 일본과 큰 차이가 없는 한국 가요'에 비해 이 음반은 어느 나라의 음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함을 담고 있습니다. 순수하게 음악적인 면으로는 그렇습니다. 저는 음반이라면 그 어떠한 것이라도 우리에게 말을 건내려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 말하려는게 이 음반 좀 많이 팔아줘, 라 할지라도) 그리고 진지한 리스너라면 음반이 건내는 메세지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하는게 음악에 대한 예의일 것입니다. 이 음반을 컴파일한 christiaan birant는 이 음반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요. 그 의도가 무엇이었던간에 우리 입장에서 본작 중간중간 삽입된 조금 위험한 (6.25가 남한과 미군의 선제공격으로 벌어진 전쟁이라는) 다이얼로그와 너무 뚜렷해 오히려 그냥 지나치기 쉬운 메세지는 음악적인 면으로는 너무도 훌륭한 본작을 쿨하게 즐기기에는 좀 찜찜하게 하는게 사실입니다. 잠시 다른 얘기 좀 하자면, 오늘은 임시휴일이어서, 매일마다 휴일인 수험생을 가장한 백수 신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휴일기분이어서, 오랜만에 서울시청광장에 소풍을 나갔습니다. 시청광장 한쪽에는 어느 예쁜 여자들과 외국인들이 몰려있어서 잠시 구경했는데 그들은 모두 link라 쓰여져 있는 그들의 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못생긴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들 중 몇명은 목에 피켓을 걸고 있었어요. 그 피켓의 내용은 북한내 어린이들의 인권문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들은 미주 한인 2세 대학생으로 구성된 북한인권모임 link(liberty in north korea)더군요. 정작 우리가 정치와 이념문제에 휘둘려 간과하고 있던 것들을 재외자인 그들이 알게 해준 것입니다. 그리고 그 덕에 가급적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쿨하려는 저이지만 (여기서의 쿨은 핫의 반대되는 의미로의 쿨입니다.) 이 음반에 실린 음악들이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이 음반을 들으면서 같이 생각해 주세요. 그렇게 의미 없는 일만은 아닐겁니다.
괜히 저답지 않게 진지해졌는데, 사실 짖궂은 유머를 사랑하는 저는 휴가나와 처음 이 음반을 들으면서 이 음반을 가져가 내무실, 아니 이제는 생활관이지, 아무튼 그곳에서 크게 틀어대면 재밌겠다는 생각따위나 했답니다. 존나 개념없는 짓이기는 하지만 인터넷을 통하면 어디서라도 구입할 수 있는 음반인데 딱히 안될 것도 없잖아요. 군대는 그 안될 것 없는 것이 안되는 곳이지만. 아무튼- 이 음반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다 북한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탈북자동지회가 바로 그곳인데요. 이곳의 자료실에 있는 북한가요를 클릭하면 이 음반에 실린 것과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그래도 쉽게 접하기 힘든 북한가요를 들을 수 있습니다. 주변에 전쟁때 이북에서 내려오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다면 들려드리면 좋아하실 듯 싶네요.
괜히 골치아픈 문제가 생길까봐 곡을 올리지 말까 고민했는데, 개중 가장 사상적인 면에서 가장 양호한 'commie funk'를 골라 올립니다. 이 음반을 처음 들려준 s군이 일을 하는 p모 레이블에서 본 앨범을 수입할까 3초정도 고민하다 역시 골치아픈 문제가 생길까봐 수입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구하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구해 들어보세요. 어떻게요? 바로 여러분이 알고 계신 그 경로로요! 안녕.
이글루스 가든 - 세상은 넓고 들을 음악은 많다
# by | 2006/06/01 00:22 | 밤이 듣는다 | 트랙백 | 덧글(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