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21일
후배에게 보내는 글 (다나까체)
인생은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이라는 스칸다나비아 반도 금언이 있습니다. 시작에서부터 끝은 익숙한 농담처럼 예정되어있고,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그 시작은 어쩌면 끝나는 지점에서부터가 아니라 원점에서부터 다시 반복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죽는 순간에 그간 살아왔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는 얘기처럼 저도 군생활을 마무리할 때가 되니 진부하게도 군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지는 것을 느낍니다.
제가 군대에 간다고 하니 많은 이들이 걱정했습니다. 그때는 농담처럼 '누구든지 간에 5분만 얘기해도 너는 군대가면 안되겠구나, 라는 말을 상대 입에서 나오게 할 수 있다'라는 얘기를 하곤 했던 시절입니다. (그리고 그건 농담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었습니다. 때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농담보다 더 농담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물론 그 말은 휴가를 나올때마다 '걱정했던 것보다 잘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서로서로 좋은 말로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원래 멍청해서 이미지에 호도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아프리카를 떠올릴 때 끊임없는 내전과 기아보다 당장 월드컵에서 한국과 붙게 될 토고팀이나 클럽에서 유행하는 아프로 비트를 연상하는 것처럼.
제 주변에는 군면제공동구역이라도 되는 양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 얼마 없습니다. 다들 정신병이 있다던가, 게이라던가, 외계인이라던가 하는 이유로 면제되거나 조기전역했고, 그 외의 사람들은 방위산업체에 복무하거나 공익 근무 요원 혹은 카츄사를 '다녔'습니다. 그들은 모두 휴가 나올때마다 제 저주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정말 몇 안되는 친구만이 군대에 다녀왔는데, 그 중 한명은 자위대를 다녀온 일본인 친구였습니다. 군대갈때 그 친구에게 놀림당한게 기억납니다. 너는 봉급이라도 많이 받았지, 니는 봉급도 쥐꼬리잖아. 라면서. 제가 있던 곳이 정말 군면제공동구역이라면 정말 낮은, 이 말은 너무 점잖고 톡 까놓고 얘기해 정말 재수없는 확률로 저는 군입대를 했습니다. 그것도 훈련 억세기로 유명한 8사단. 그에 관한 욕은 지난 군생활 동안 무수히 많이 했으니 여기서는 자제하기로 하겠습니다.
아, 근데 빈센트 갈로의 영화처럼 사설이 너무 길지 않습니까. 아마 여러분은 여기서 무언가 반전을 기대하고 계실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군생활 잘해서 전역하게되니 기쁘다, 너희들도 군생활 잘해라, 뭐, 이런 상투적인 반전 말입니다. 하지만 빈센트 갈로의 영화의 반전이 역겨운 오랄섹스씬인것처럼 제 글에도 별다른 반전은 없습니다. 군생활을 그리 잘한 것도 아니고, 전역하는 기분이 딱히 기쁜 것만은 아니고 뭐, 그렇습니다. 이 글처럼 저는 예나 지금이나 개념이 없습니다. 계급이 낮을때는 개념 없다고 뭐라 하는 사람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뭐라 할 사람도 없고 그래서 막 나가다 영창도 한번 다녀왔습니다. 군생활은 그런겁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뭐라 할 사람이 없어지는 것. 대신 책임지는 것. 저는 군생활에 대해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건 제가 선택하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별로 드릴 말씀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선택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날 갈아입을 팬티부터 성관계를 가질때 무슨 체위로 해야할지까지 모두 선택해야 합니다..... '선택해야 되는데 근데.. 썅, 대체 무슨 얘기를 더 지어내야 하는거야.'
전역 전날 후배에게 보내는 글을 쓰라 그래서농담의 수위를 조절해가며 (비록 후반에선 폭주해버렸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옆에 지나가던 인사계가 이거 이렇게 쓰는게 아니라 양식이 있는거라 그래서 양식을 받아 보니 추천하고 싶지 않은 간부란를 쓰는 란이 있어 거기에 중대장 이름 쓰고 대대장한테 내버렸다.
끝.
제가 군대에 간다고 하니 많은 이들이 걱정했습니다. 그때는 농담처럼 '누구든지 간에 5분만 얘기해도 너는 군대가면 안되겠구나, 라는 말을 상대 입에서 나오게 할 수 있다'라는 얘기를 하곤 했던 시절입니다. (그리고 그건 농담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었습니다. 때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농담보다 더 농담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물론 그 말은 휴가를 나올때마다 '걱정했던 것보다 잘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서로서로 좋은 말로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원래 멍청해서 이미지에 호도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아프리카를 떠올릴 때 끊임없는 내전과 기아보다 당장 월드컵에서 한국과 붙게 될 토고팀이나 클럽에서 유행하는 아프로 비트를 연상하는 것처럼.
제 주변에는 군면제공동구역이라도 되는 양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 얼마 없습니다. 다들 정신병이 있다던가, 게이라던가, 외계인이라던가 하는 이유로 면제되거나 조기전역했고, 그 외의 사람들은 방위산업체에 복무하거나 공익 근무 요원 혹은 카츄사를 '다녔'습니다. 그들은 모두 휴가 나올때마다 제 저주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정말 몇 안되는 친구만이 군대에 다녀왔는데, 그 중 한명은 자위대를 다녀온 일본인 친구였습니다. 군대갈때 그 친구에게 놀림당한게 기억납니다. 너는 봉급이라도 많이 받았지, 니는 봉급도 쥐꼬리잖아. 라면서. 제가 있던 곳이 정말 군면제공동구역이라면 정말 낮은, 이 말은 너무 점잖고 톡 까놓고 얘기해 정말 재수없는 확률로 저는 군입대를 했습니다. 그것도 훈련 억세기로 유명한 8사단. 그에 관한 욕은 지난 군생활 동안 무수히 많이 했으니 여기서는 자제하기로 하겠습니다.
아, 근데 빈센트 갈로의 영화처럼 사설이 너무 길지 않습니까. 아마 여러분은 여기서 무언가 반전을 기대하고 계실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군생활 잘해서 전역하게되니 기쁘다, 너희들도 군생활 잘해라, 뭐, 이런 상투적인 반전 말입니다. 하지만 빈센트 갈로의 영화의 반전이 역겨운 오랄섹스씬인것처럼 제 글에도 별다른 반전은 없습니다. 군생활을 그리 잘한 것도 아니고, 전역하는 기분이 딱히 기쁜 것만은 아니고 뭐, 그렇습니다. 이 글처럼 저는 예나 지금이나 개념이 없습니다. 계급이 낮을때는 개념 없다고 뭐라 하는 사람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뭐라 할 사람도 없고 그래서 막 나가다 영창도 한번 다녀왔습니다. 군생활은 그런겁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뭐라 할 사람이 없어지는 것. 대신 책임지는 것. 저는 군생활에 대해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건 제가 선택하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별로 드릴 말씀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선택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날 갈아입을 팬티부터 성관계를 가질때 무슨 체위로 해야할지까지 모두 선택해야 합니다..... '선택해야 되는데 근데.. 썅, 대체 무슨 얘기를 더 지어내야 하는거야.'
전역 전날 후배에게 보내는 글을 쓰라 그래서농담의 수위를 조절해가며 (비록 후반에선 폭주해버렸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옆에 지나가던 인사계가 이거 이렇게 쓰는게 아니라 양식이 있는거라 그래서 양식을 받아 보니 추천하고 싶지 않은 간부란를 쓰는 란이 있어 거기에 중대장 이름 쓰고 대대장한테 내버렸다.
끝.
# by | 2006/05/21 16:31 | 사랑과 웃음의 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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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저 위의 두 아이때문에 계속 웃음이 실실 나는 걸 참을 수가 없어요.뫼비우스의 띠에서 시작해서 체위로 끝나는 글 역시 흐뭇하게 읽어 내려갔답니다. 암튼간에 제대축하,복귀환영!!(사실은 군대에서 어땠는지 아주 약간 궁금하지만 돌아왔으니 됐어요)